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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다한 세상 소식

깔창 생리대, 여학생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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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많은 청소년들이 생리용품 제때 사쓰지 못하고 있어요."
정라이(51) '어떠카지' 대표와 홍동하(49) '장애인과 함께하는 세상' 대표 말에선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졌다. 이들은 각각 작은 엔터테인먼트기업과 장애인 고용 제조업체를 운영하며 복지사각에 놓인 청소년을 찾아 생리용품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지역 상공인 모임에서 알고 지내다 의기투합했다.
5년 전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운동화 깔창을 썼다는 저소득층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에 두 사람을 가슴을 쳤다. 정·홍 대표는 1일 “이후 정부 지원으로 다소 개선은 되는 듯했지만, 그래도 부족함이 있었고, 어려운 가정형편에 민감한 시기의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가정의 이야기를 듣고 가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전국 지자체와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에 안내 공문을 보보냈다. 경제적 지원은 절실하지만, 서류상 입증이 안 되는 복지사각지대 있는 청소년들을 찾아주면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전국에서 요청이 답지했다. 놀랄 정도로 많은 청소년들이 손을 내밀었지만, 그 중에서도 어려워 보이는 981명을 1차로 선정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9월 9일 개별 포장한, 5톤 트럭 한 대분의 생리용품이 전국의 청소년 집으로 출발했다. 3종 세트로 구성된 3개월분의 용품과 정성스럽게 쓴 응원 편지 한 통이 동봉됐다. "필요하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지원하겠다."
© 제공: 한국일보
아이들에겐 든든했을 그 말 한마디를 붙여놓고도 두 사람은 또 고민했다. 정 대표는 “아이들이 가정 형편이 어려워 지원받는다는 것을 창피해하거나 상처받을 수 있어 전달방식을 놓고 고민했다"며 "내용물을 알 수 없게 포장하고, 비용은 더 들어도 각자 집에 배송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1차에 이어 12월 9일엔 2차 948명, 지난 3월 9일 3차로 508명에게 3개월치 생리용품이 전달됐다. 3차는 고등학교 졸업생이 빠지면서 줄었다.

두 사람은 그 상자를 분기마다 대부분 같은 주소로 보내고 있다. 생리대를 지원 받고 고맙다며 보내 온 편지를 생각하면 멈출 수 없는 일이다. 중학생 딸은 둔 한 엄마는 "사채빚에 허덕이던 남편이 종적을 감춘 뒤 두 아이를 데리고 늘 쪼들리게 살고 있는데, 생리대 선물을 받게 돼 참 기뻤다”며 “저도 남을 돕고 살겠다”고 약속까지 한 터다. 다른 고등학생은 “오빠 대학 학비 걱정에 생리대 살돈은 엄두도 못냈다”며 “덕분에 걱정을 덜었다”고 정었다. 한 의대 입시생은 “누군가에겐 흔한 물건일지는 몰라도 우리에겐 값지고 감동적인 선물이 됐다”고 사의를 표했다.

정·홍 대표는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진 지원할 생각"이라며 "여학생이면 누구나 국가에서 생리용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발송된 생리대는 약 6,000만원어치. 그 절반은 두 사람을 응원하는 지인들이 십시일반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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