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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이세요?” “5명이요.” “들어오세요.”
5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의 한 고깃집. 종업원이 매장 밖에 줄 서 있던 5명 일행의 손님과 거리낌 없이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안내를 받아 식당에 들어간 5명 일행은 테이블도 나누지 않고 나란히 앉아 식사했다. 식당 주인도, 다른 손님들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현재 방역 수칙상 식당에는 4인 이하 일행(직계 가족 제외)만 함께 입장해 식사가 가능하다. 일행 중 한 명인 A(34)씨는 “팀원이 5명인데 두 명, 세 명 찢어서 따로 밥 먹으러 가는 것도 그렇고 사무실에 한 명 두고 넷만 밥 먹으러 가는 것도 웃기지 않느냐”고 했다. 인근 돈가스집 주인 최모(37)씨는 “5명 이상 같이 밥 먹으면 안 되는 거 잘 알지만 이제 우리도, 손님들도 지쳤다”며 “방역 지침 위반인 걸 알지만 그거(방역 지침) 지키다간 내가 먼저 죽을 판이라 5명 넘게 와도 그냥 앉힌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기업들이 몰려 있는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인근의 한 백반집. 40석 규모의 식당에 직장인들이 다닥다닥 앉아 식사하고 있었다. 출입구 밖에 손 소독제와 출입 명부, 체온계가 놓여 있었지만 확인하는 사람은 없었다. 식당 종업원 B(59)씨는 “주인이 주방에서 요리하고 서빙은 나 혼자 하는데, 한창 바쁜 시간에 방역하자고 사람을 더 뽑을 수도 없고 손님들이 명부를 쓰는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점심 장사로 먹고사는 상황에서 (방역 수칙을 엄정하게 지키면) 매출 타격이 너무 커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5일 0시 기준, 신규 코로나 확진자는 473명. 방역 당국은 “4차 유행 갈림길로 하루 확진자가 1000명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며 비상벨을 울리고 있지만, 1년 3개월째 이어지는 ‘코로나 피로감’에 곳곳에서 방역 지침 준수가 느슨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주 더 연장”이라고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정부 방역 지침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방역에 협조적이란 평가를 받은 국민들 사이에서도 피로감이 역력히 나타나는 것이다. 5인 이상 집합금지는 유명무실해졌고, 참아왔던 회식과 나들이·결혼식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2일 야근을 마치고 오후 11시에 퇴근했다는 직장인 정모(37)씨는 서울 광화문에서 30분 동안 택시를 기다리다가 결국 지하철을 타고 영등포 집으로 갔다. 정씨는 “콜택시를 불러도 안 오고 길거리에서도 빈 차를 볼 수 없었다”며 “코로나 이전 금요일과 다를 바 없었다”고 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1월 15일~2월 14일 23.4%였던 피크 시간(오후 10시~새벽 2시) 호출 비율은 지난달 15일~이달 4일 54.4%로 급증했다. ‘타다 대리’ 역시 지난달 15~28일 대리운전 호출 건수가 이전 2주 대비 26.7% 증가했다고 밝혔다. 개인택시 기사 박세창(61)씨는 “오후 9시 영업제한일 때는 하루 10만원도 벌기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하루 매출이 13만원으로 늘었다”며 “식당·술집 영업이 끝난 오후 10시 이후에도 자정 넘어서까지 콜이 잡힌다”고 했다.
미뤄왔던 결혼식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 이모(30)씨는 “지난해부터 미루고 미뤄 5월로 예식 날짜를 잡았다”며 “백화점, 유세장, 노조 집회에도 사람이 몰리는데 결혼식장만 유독 조심해야 할 것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예식장은 주말인 오는 10~11일 예식 최대 가능 횟수인 6회가 꽉 찼다. 서울 중구의 한 예식장 관계자도 “4월과 5월 주말에는 오전 11시부터 90분 간격으로 오후 5시까지 예약이 마감됐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친구 결혼식에 다녀왔다는 최모(26)씨는 “처음에는 신부 대기실에도 못 가고 조심하는 분위기였는데, 단체 사진 찍을 때가 되자 인원 제한 없이 모두 함께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방역 수칙 연장) 2주, 2주 하던 게 결국 3개월이 되니까 경각심 가졌던 사람들이 ‘나는 모르겠다. 나는 내 갈 길을 가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하반기나 돼야 백신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체계화되고 세심한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2주 연장, 주말이 고비다’ 등의 앵무새 같은 이야기만 하니까, 국민들도 정부의 지시를 잘 듣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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