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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다한 세상 소식

LG 주식거래, 증여세? 제도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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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사주일가가 10년간 세금을 줄이기 위해 해 왔던 '수상한 주식거래'에 대해 감사원이 "국세청은 증여세 743억 원을 물렸어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LG 사주 일가가 다른 친척에게 '장내거래' 방식으로 주식을 넘기면서 증여세를 물지 않았는데, 감사원이 이를 두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감사원은 31일 서울지방국세청 기관 정기감사 보고서에서 “불특정 다수인 간 경쟁 거래라고 보기 어려운 거래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기획재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컴퓨터 두 대로 ‘서로 남인 척’ 수상한 거래
감사원에 따르면 LG그룹 사주 일가 21명은 2007년부터 2016년 사이 LG 주식과 LG상사 주식을 장내거래 방식으로 사고팔았다. 이들은 누가 주식을 사고 누가 팔지 미리 결정한 뒤 증권회사 직원이 두 대의 컴퓨터로 동시에 매도·매수하는 방식으로 주식을 넘겼다.
예를 들면 주식을 팔아야 했던 A는 2009년 3월 13일 10시 51분 31초에 LG주식 7만 주를 4만2,950원에 내놓았고, 이와 동시에 B가 같은 가격에 7만 주 매수 주문을 넣어 이 중 6만9,870주를 사들였다. 같은 날 10시 52분 46초에는 A가 4만3,000원에 7만8,000주를 추가로 내놓았고, 이 주식 중 7만7,560주는 B에게로 넘어갔다.
통상 대규모 거래를 할 때는 장외거래나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거래를 한다. 시장 내에서 거래를 할 경우 가격이 왜곡될 수 있고, 온전히 주식을 넘기는 데도 불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LG 사주 일가들이 이같이 시장 내에서 거래를 한 것은 양도소득세와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특수관계인 간 지분거래를 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시가보다 20% 할증된 가격에 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양도소득세를 더 많이 낸다. 또 특수관계인끼리 주식을 시세보다 싸게 사거나 비싸게 팔면 ‘증여’로 보고 세금을 물린다.
하지만 주식시장 내에서 거래를 하는 경우는 불특정 다수와의 거래라고 봐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양도소득세도, 증여세도 물리기 어렵게 된다.
서울지방청은 2017년 12월~2018년 4월 LG 사주일가와 관련한 양도소득세 조사를 진행한 뒤, 이 기간 주식을 판 적이 있는 사주일가 21명에게 양도소득세 340억7,500만 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주식을 산 9명에 대한 증여세 743억 원은 함께 부과하지 못했다.
LG 사주일가는 양도세 청구가 불합리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했는데, 심판원은 국세청의 손을 들어 줬다. 국세청은 이와 별개로 LG 사주일가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 고발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장내거래는 증여세 대상 아냐? 국세청 "개선해야"
서울지방청은 LG 사주일가가 장내거래 형식만 빌렸을 뿐 사실상 장외 거래와 비슷한 편법 거래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2009년 3월 13일의 거래만 봐도 A가 내놓은 물량 14만8,000주 중 99.7%(14만7,520주)가 B에게 넘어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증여세를 물리지 못한 것은 상속증여세법 시행령에서 증여세 제외 대상으로 ‘상장주식의 장내거래’(제26조 1항 2호)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청은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이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건의했다.
감사원도 이 의견을 받아들여 “특수관계인이 서로 매도·매수할 주식의 가격과 수량을 결정한 것은 불특정 다수인 간의 경쟁거래라고 보기 어렵다”며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통보했다.
기획재정부도 LG 사주일가의 이 같은 거래 방식이 “증여세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는 인정하고 있다. 기재부는 다만 “시세 조정 없이 장내에서 이뤄진 매매인데, 장외거래나 시간외매매와 동일하게 취급해야 할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감사원에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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