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덕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공기가 순간 바뀌는 느낌이었다. 이른바 '암행먹사'라는 코너에 게스트로 출연한 이종혁과 그 아들 이준수의 등장 때문이었다. 우리에게는 MBC '아빠 어디가'로 익숙했던 아버지와 아들. 당시 7살이었던 이준수는 이제 훌쩍 자라 15살 청소년이 됐다. '이준수'라는 이름을 적으라 시켰더니 엉뚱하게도 '이'자를 거꾸로 써서 '10준수'라는 별명이 붙었던 그 아이는 현재 구독자 15만 명의 유튜버로 사랑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터줏대감인 김성주와 백종원과의 인연이 있었다. 김성주는 '아빠 어디가'에 이종혁, 이준수와 함께 출연했었고 그 때 준수와 함께 음식을 만드는 등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백종원은 '집밥 백선생2'에서 이종혁에게 요리를 가르쳐줬던 사부였다. 그러니 이종혁과 각별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아들인 이준수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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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등장하자 먼저 백종원의 표정 자체가 달라졌다. 진짜로 반가운 얼굴에 찐웃음이 활짝 피어났고, 화답하듯 매력적인 눈웃음으로 등장한 이준수로 인해 상황실 분위기가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센터에 이준수가 떡하니 앉고 이종혁이 옆으로 밀려나게 앉는 상황실에서의 자리배치는 그 자체로 색다른 케미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즉 이종혁과 이준수가 아버지와 아들이지만, 어쩐지 나란히 앉은 이준수와 백종원이 부자 같은 유사한 이미지를 뿜어낸 것. 백종원에게 돈을 갚을 일이 있다는 궁금한 이야기로 등장한 이준수는, 그것이 백종원이 줬던 칼 값이었다는 걸 알려줬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요리로 넘어갔다. 요리를 곧잘 한다는 이준수는 유튜브에 찍힌 능숙하게 야채 써는 광경으로 백종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백종원은 어디 가서 '수제자'라고 해도 된다고 기분 좋게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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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수는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역시 '아빠 어디가'에서 보여줬던 엉뚱한 예능감은 여전했다. 유튜버로 활동하는 이준수가 앞으로 무얼 했으면 좋겠냐는 김성주의 질문에 이종혁이 "앞으로 더 커야 된다"며 "자기가 행복한 일을 하면 된다"고 말하자, 이준수가 "진짜?"하고 되묻는 대목이 그렇다. 그 반문은 이종혁을 당황하게 만들어 장내를 웃음으로 가득 채웠다.
그러자 이종혁이 "게임 얘기는 하지 마"라고 하는 말에, 이번엔 백종원이 반색했다. 자신도 게임을 좋아해 이준수에게 어떤 게임을 좋아하냐고 물었던 것. 순간 백종원과 이준수의 게임 대화에 이종혁이 소외되는 광경이 만들어졌다. 게임도 좋아하고, 음식도 좋아하며 겉으로 보기에도 통통하고 푸짐한 외관이 마치 백종원과 이준수가 친 부자 같은 인상을 그려내며 코믹한 상황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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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최근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어떤 이야기의 패턴 같은 것들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재미요소가 줄어든 면이 있었다. 그래서 금새록으로 MC도 바꾸고, 음식대결 같은 색다른 관전 포인트를 만들어 이를 보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암행먹사'라는 새로운 코너에 이종혁과 이준수가 게스트로 등장해 순간 바꿔놓은 공기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고 보인다.
즉 충분히 매력적인 게스트 활용만으로도 잘 알고 있는 패턴을 벗어난 색다르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게스트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골목식당'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이종혁과 이준수처럼, 아버지와 아들 같은 관계로 식당을 찾아 음식을 먹으며 보여주는 먹방과 평가는 그 자체로도 새로운 관전 포인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들의 출연은 게스트 활용의 좋은 예가 될 법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