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며 도입된 동의입원 제도가 취지와 달리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선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동의입원 제도에 대해 “도입 취지와 달리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높다”며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전면 재검토 의견을 3일 표명했다. 인권위는 “실행 과정에서도 ‘당사자 의사 존중’이라는 입법 목적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의입원은 정신질환자 본인과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는 입원유형이다. 과거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이 가능하도록 규정했으나, 지난 2016년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동의입원을 규정한 정신건강복지법이 신설됐다.
인권위는 동의입원 제도가 정신질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입원 과정에선 본인 의사를 존중하지만, 퇴원은 보호의무자의 동의 여부에 따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입원환자가 보호의무자의 동의 없이 퇴원을 신청할 경우 72시간 동안 퇴원이 거부될 수 있으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또는 행정입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경남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던 지적장애인 A씨(47)는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A씨는 퇴원을 원했으나, 지난 2018년 8월 부친에 의해 보호의무자 입원 형식으로 입원 조치됐다. 인권위는 해당 진정에 대해 “제42조 동의입원 조항에서 ‘치료와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퇴원을 거부할 수 있도록 폭넓게 규정하고 있어서 입원유형 전환의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그러면서도 인권위는 “해당 건 외에도 ‘본인 의사에 의해 동의입원 한 것이 아니다’, ‘퇴원을 거부당했다’는 내용의 진정이 2017년 5월부터 꾸준히 제기됐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인권위는 “진정사건 및 직권조사에서 엄격한 계속입원절차를 회피할 목적으로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입원 유형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적장애인, 정신질환자들을 동의입원으로 조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2017년 5월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 후 2020년 말까지 인권위에 접수된 동의입원 관련 진정은 152건으로, 이 중 ‘본인 의사에 반한다’는 진정이 71건(46.7%), ‘퇴원이 거부되었다’는 진정이 81건(53.3%)이었다.
인권위는 또 “동의입원은 자의입원으로 분류돼 입·퇴원관리시스템 등록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동의입원 환자 중 본인 의사에 의해 퇴원한 인원수나, 퇴원이 거부돼 비자의 입원으로 전환되는 인원이 몇 명인지 정확한 통계도 알기 어렵다. 동의입원이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증진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