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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다한 세상 소식

캐나다 록다운, 2차 봉쇄, 확진자 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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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8일 캐나다 토론토는 다시 전면 봉쇄에 들어갔다. 작년 3월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 선언 이후 맞는 세 번째 록다운이다. 작년 3월 말과 11월 말에 시작되어 각각 3개월 이상 지속된 1~2차 봉쇄에 비해, 3차 웨이브가 몰아닥친 지금의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 라디오에서는 “집 바깥으로 나오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 뉴스 앵커는 “제발, 제발, 제발”이라며 읍소를 하다시피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코로나19 재난사태가 길어지면서 뜨겁게 달라오른 곳도 있다. 골프장과 부동산 시장이다. 사양길에 있던 골프장은 작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어 성업중이다.

작년 11월23일부터 지난 3월7일까지 진행된 2차 봉쇄 기간 중에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가장 많이 나온 하루 확진자 수는 4000명이었다. 온타리오주 인구가 한국의 4분의 1 정도이니, 한국에서 하루 1만6000명이 나온 것과 같았다. 2월 말부터 그 숫자가 1000명 이하로 감소하자 비필수업종인 일반 가게들도 제한적으로(매장에 손님 25% 입장) 문을 열게 했다. 식당과 커피점들은 여전히 테이크아웃만 가능했고, 미용실과 피트니트센터 같은 운동시설 영업은 계속 금지되었다.

2차 봉쇄 완화 한 달도 안 돼 3차 유행…확진자 하루 4500여명 넘나들어접종 기준 자주 바뀌고 그나마 정보도 시민들에게 고르게 전달되지 않아재난 속에서도 부동산 ‘광풍’…도심 탈출 러시, 되레 변두리 집값 급등모여서 할 수 있는 ‘놀이’ 골프뿐…골프장 ‘활황’ 예약 전쟁·요금도 올라
2차 록다운을 부분적으로 해제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3차 웨이브가 몰아닥쳤다.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염병 전문가들의 우려는 바로 현실로 나타났다. 확진자는 어느새 하루 4000명을 넘어섰고, 지금은 며칠째 4500명을 넘나든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병상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위중한 환자가 입원을 하지 못하고, 예정된 수술은 뒤로 미뤄지고 있다. 토론토 서니브룩병원은 온타리오주에서는 처음으로 주차장에 야외 병상을 설치하기도 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조금 숨통이라도 틔울 수 있었던 기간은 6개월이 되지 않는다. 그 기간에도 주 경계선을 넘는 여행은 불가능했고, 모임은 10명 이하로 제한되었다. 내 경우,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한 것은 작년 여름 단 두 번에 불과했다. 초·중·고 학교는 대면과 온라인 수업을 번갈아가면서 했고, 대학 강의는 모두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올여름 대학을 졸업하는 우리 집 막내는 1년 넘게 한 번도 학교에 가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작년 10월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한 큰아이는 그동안 재택근무만 해서 아직 회사 구경도 하지 못했다. 직장 상사와 동료들의 얼굴도 직접 보지 못했다. 집이 대학 강의실이자 직장 사무실을 겸하다 보니, 전기·수도 요금이 늘어났다.

재난사태가 지속되는 와중에 캐나다 사회 전체가 크게 위축된 것과는 반대로, 뜨겁게 달아오른 분야도 있다. 부동산시장이다. 글로벌 팬데믹 선언 이후 하락하던 캐나다 부동산시장은 여름부터 반등을 시작하더니 지금은 ‘광풍’ 소리가 나올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위험을 감지한 시중 은행들과 부동산업계는 정부에 개입을 요청했다.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주택담보 은행대출 조건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거의 없다. 정부가 처방을 내놓는다 한들 기록적으로 낮은 금리에 “지금 안 사면 영원히 못 산다”는 일종의 공포심리까지 겹쳐서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실정이다.

캐나다의 부동산 거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주인이 내놓은 가격보다 비싸게 팔리는 경우도 많다
올봄에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부동산 거래가 2배나 많아졌다. 흥미로운 것은 토론토에서 1~3시간 거리에 있는 근교(한국으로 치면 수도권)가 집값 상승을 주도한다는 사실이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바이러스에도 취약한 대도시를 벗어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토론토 외곽 도시의 집값이 30~40% 상승한 것을 보면 ‘대도시 탈출 러시’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도심에 살던 직장인들이 빠져나가자 토론토 도심의 콘도(한국의 아파트) 가격이 한때 크게 내려갔으나, 최근 들어서는 천정부지로 뛰는 주택가격 때문에 콘도도 다시 반등한다는 뉴스가 들린다.

지난 1년 동안 여행이든 놀이든 모든 여가활동이 중단된 가운데 주택시장 못지않게 뜨거워진 곳이 하나 더 있다. 골프장이다. 캐나다의 골프장이야말로 코로나19 재난사태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은 곳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골프 인구가 줄어드는 바람에 문을 닫는 골프장이 여럿 생겨났다. 골프 인구가 감소하다 보니 예약이 수월했고, 토론토 인근에서는 50달러(약 4만5000원) 이하 가격으로도 골프를 쉽게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작년 봄부터 골프장 상황이 돌변했다. 모여서 할 수 있는 ‘놀이’라고는 골프밖에 없으니 사람들이 대거 골프장으로 몰려들었다. 예약 경쟁이 벌어지고, 올해 들어서는 가격도 대폭 올랐다. 평소보다 한 달이나 빠른 3월 말에 문을 연 골프장도 많았다.

코로나19 재난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나도록 나아지기는커녕 상황이 더욱 악화된 가장 큰 이유는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때문이다.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린 탓도 크다. 한때 최악의 상황이었던 영국은 캐나다와는 반대로 최근에 봉쇄를 풀었고, 이웃 나라 미국도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 캐나다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금은 인구당 환자 비율로 보면, 캐나다는 이미 미국을 넘어섰다. 4월11일 인구 100만명당 하루 확진자 수는 캐나다 223명, 미국 221명으로 캐나다가 미국을 처음으로 제쳤다.

재난사태와 관련해 미국이나 영국에 비하자면 캐나다는 여러모로 어중간한 나라이다. 두 나라처럼 큰 위기 상황에 몰리지 않은 것까지는 좋았으나 백신 접종은 두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리다. 캐나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치고 모임을 갖는 것은 물론 가을 해외여행 예약도 한다는 미국의 상황을 부러워하는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지난 4월12일 집 근처 약국에 가서 백신을 접종했다. 약사 1명이 근무하는 작은 약국이어서 그런지 예약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작년 12월14일 백신 접종을 시작한 캐나다는 1차 이상 접종률이 15%대에 머물러 있다. 전체 인구의 5배 이상 되는 백신을 확보했다고 알려졌으나 그것은 계약서상의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게다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4개월째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그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 바이러스는 초고속으로 확산하는 반면, 백신 접종 속도는 여전히 느린 데다 이런저런 혼란마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시민 개개인에게 접종할 순서가 되었다고 직접 통보하지는 않는다. ‘지금부터는 몇살 이상 맞을 수 있다’고 보건당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면 개인이 신청을 해야 한다. 접종 받을 연령대가 되었는데도 신청을 미루는 사람이 더러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본인이 원하는 백신을 맞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경우, 접종 가능 연령대가 지금은 50대까지 내려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접종 기준이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는 사례가 많이 생겨난다. 말하자면, 우선 접종 기준이 자꾸 바뀔 뿐만 아니라 그것마저 모호할 때가 많다.
내 경우를 보면 이렇다. 나는 4월3일 55~60세 연령대가 접종을 할 수 있다는 공고를 보자마자 온라인 사이트를 찾아 접종을 신청했다. 우리 집 우편번호와 나이를 접수하면 접종 장소가 여럿 나온다. 집 근처에 있는 약국들이다. 우리 부부는 가장 가까운 약국에 온라인으로 접종 신청을 하고 대기번호를 받았다. 며칠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그사이에 내 주변에는 백신을 이미 맞았거나 접종 날짜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것도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해주는 약국(약국에는 다른 백신을 보관할 특수 냉장고가 없다)이 아니라, 커뮤니티센터 같은 공공시설이나 병원에서 화이자·모더나를 이미 접종했거나 예약했다는 사람들이었다.
조금 황당한 것은 백신 접종 정보가 일반 시민들에게 고르게 알려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은 병원 근무자인 지인이 정보를 빨리 알려준 덕분에 신청 이틀 만에 화이자를 맞았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의대생인 딸이 얻은 빠른 정보로 모더나 접종 날짜를 받았다고도 했다.

4월10일쯤에는 느닷없이 ‘코비드 고위험 지역’을 나타내는 지도가 공개되었다. 위험한 지역에 사는 이들의 경우, 18세 이상만 되면 백신 접종을 해준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이 지도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모더나 접종을 마친 40대 지인들도 있었다. 고위험 지역에 사는 이들은 백신을 선택할 수도 있으나, 고위험군에 속하지 않아 다행인 우리 집은 아스트라제네카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것을 맞거나, 언제가 될지 모를 다른 백신 접종을 기다리거나 둘 중 하나다. 3차 봉쇄 직전까지 우리가 일했던 가게는 고위험 지역에 속하지만 그런 것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전면 봉쇄 중에도 줄곧 일을 해온 필수업종 종사자인 50대 내 친구는 지금도 접종 예약을 하지 못했다. 상황이 다급해지다 보니, 백신을 접종하는 기준이나 순서마저도 이렇게 혼란스러워졌다.

신청한 약국에서 며칠째 연락이 없어서,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집 근처 다른 약국에 전화를 걸었다. 온라인 예약 사이트도 없는 약사 1명이 일하는 작은 약국이었다. 이번에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사흘 뒤에 오라”고 했다. 이렇게 쉽게 맞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일반 시민들에게 백신 접종이 시작될 무렵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가장 빨리 맞는 백신이 가장 좋은 백신”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최근 온타리오주 총리도, 토론토 시장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4월12일 우리 부부는 예약한 약국에 가서 백신을 맞았다. 백신 접종 후 하루 반나절이 지난 지금까지, 맞은 자리가 조금 뻐근할 뿐 별다른 증상은 없다. 다음 백신 접종일은 8월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4161611015&code=940100&utm_source=msn&utm_medium=related_news#csidx8c4cc2c0907c9e48e3e65adc5a547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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