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사내 임직원에 이메일 공지

박지원 하이브 대표가 SM엔터테인먼트의 진흙탕 폭로전에 대해 “이 전 총괄과 현 경영진 사이의 과거사일 뿐”이라며 “앞으로 하이브와 SM이 원칙대로 투명하게 이끌어갈 미래에는 성립되지 않을 이슈”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17일 오전 사내 임직원에게 이같은 내용의 이메일 공지문을 보냈다. 전날 이성수 SM 대표가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폭로 형태로 밝힌 하이브와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간 거래 의혹에 대해 최고경영자(CEO)인 박 대표가 직접 설명하는 형식을 취했다.
박 대표가 직접 임직원 메시지를 낸 건 지난 10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인수한 직후 13일 사내 타운홀 미팅에 이어 이번 주에만 두 번째다. 그는 “소란스러운 상황이기도 하고 구성원 여러분들께서 궁금해하실 수 있기에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고자 메일을 드린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수만 전 총괄이 홍콩 법인 씨티플래닝Ltd.(CTP)을 통해 SM의 해외 음반 관련 수익 6%를 선취하고 있다며 역외탈세 의혹을 폭로했다. 또 이 전 총괄의 SM 지분을 인수한 하이브에 대해 묵인하거나 동조했는지, 모르고 거래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매일경제가 확보한 이번 공지문에서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이 전 총괄과 현 SM 경영진이 유지해온 CTP와 SM간 계약 관계와 이윤 수취 방식이 있다면, 이는 하이브가 지켜갈 ‘SM 레거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하이브는 SM이 K팝 문화에서 써온 역사를 존중하고 독립적 레이블로서의 운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위법적이고 불투명한 관행은 적극적으로 손 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CTP 거래 내용을 알 수 없었던 배경과 향후 대처에 관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이 전 총괄과의) 지분 인수 협상 과정에서 회사는 이 대표의 과거 인터뷰를 포함해 공시·기록을 재차 리뷰했고, 라이크기획 외에 회사가 인지하지 못한 다른 거래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거래 시점 기준으로 이 전 총괄과 SM의 거래를 모두 중단시키거나 해제하는 포괄적인 문구를 계약서에 삽입시켰다”며 “이를 통해 공시됐어야 하나 공시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저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거래를 모두 차단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하이브와 이 전 총괄 사이 이면 거래 가능성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적극 해명했다. 이런 의심은 이 전 총괄이 향후 자신의 권한을 보장받지 않고 하이브에 경영권 프리미엄만 붙여 지분을 팔았을 리 없다는 추론에서 비롯됐다.
특히 SM의 이 대표는 양측 주식매매매 계약에 담긴 ‘이 전 총괄은 향후 3년간 국내를 제외한 해외에서만 프로듀싱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왜 굳이 해외 프로듀싱을 약정했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박 대표는 “해외 프로듀싱을 통한 (이 전 총괄의) SM 프로듀싱 개입, 해외 자회사들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 이전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하이브 이사회는 사외이사가 과반을 넘어가고, 본 건 거래도 이사회에서의 토론을 통해 승인했다”며 “이면 계약이나 외부로 밝히지 않은 어떠한 형태의 논의도 없다”고 강조했다. “없는 걸 없다고 하는데 이걸 어떻게 더 밝히고 설명해야 하나 난감하다”고도 덧붙였다.
SM의 ESG 캠페인과 나무 심기 프로젝트에 이 전 총괄의 부동산 이권 등이 개입돼있다는 폭로에 대해서도 “SM 지분 인수 과정이 완료되고 나면 글로벌 기업이자 K팝 산업을 이끄는 대표 기업이 응당 지켜야 할 기준에 맞게 투명하고 적법하게 운영하겠다”고 했다. 그는 “회사의 ESG 활동과 개인의 이익이 이어지는 구조가 만약 있었다면, 회사 내에서 어떻게 유지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하이브의 SM 인수에 대해 “급격한 기술 발전과 글로벌 트렌드 변화 속에서 K팝의 경쟁력,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라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선도해가는 기업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본 인수 과정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또 “앞으로는 더 자주 회사의 결정을 공유하고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