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터키 지진 사태에
현지 배터리공장 설립 차질
피해 복구·재건 수십억 들어
경제활동 위축·손실 불보듯
튀르키예가 예상치 못한 강진으로 경제난이 가중될 위기에 놓이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현지 합작공장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가 이미 초고물가를 겪고 있는 데다 지진 피해 복구와 재건이 우선 순위가 될 수밖에 없어서다.
터키 코치그룹은 8일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함께 한다"며 "회사와 공동 투자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예비 평가가 진행 중으로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지난 5일 튀르키예를 강타한 규모 7.8과 규모 7.5의 강진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진앙지인 가지안테프, 카흐라만마라슈 등 남동부 일대는 공장 건설 예정 부지인 앙카라와는 거리가 있지만, 현재 튀르키에가 국가적인 재난 상황인 만큼 영향이 불가피하다.
튀르키예는 지진 발생 전부터 경제난에 시달려왔다. 튀르키예의 올해 1월 물가상승률은 56.8%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물가상승률이 24년 만의 최고치인 85.51%까지 치솟은 때보다는 낮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리라화 가치도 지난해 초 달러당 13리라대에서 이날 18리라대로 급락했다.
경제활동 위축과 경제적 손실로 이미 고통받는 상황에서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의 경제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함께 튀르키예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예비 평가를 진행 중인데 사업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지진이 1300만명이 거주하는 지역에 영향을 미쳤고, 지진 피해 복구·재건 비용도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물류 등 공급망에서 일정 부분의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GM, 혼다,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 업체와 잇따라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재는 합작공장 설립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아 다양한 완성차업체들로부터 논의 제의가 많이 오는 데다 글로벌 경기 상황의 불확실성으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진 등 자연재해가 나면 공장 입지 위험 분석 등을 다시 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번을 계기로 포드와 LG에너지솔루션 모두 사업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볼 여지가 매우 높다"며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재해로 인한 국가적인 복구 상황, 인력, 물류 등 간접적인 피해에 더해 터키에 상존해온 불안정한 경제까지 고려해 일정 부분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이 튀르키예 현지에 세운 해외법인 숫자는 70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서도 한화 그룹에서만 27곳(38.6%)이나 되는 해외계열사를 튀르키예에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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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아다나의 부서진 건물.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