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화영 인턴기자] 지난달 전북 남원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성차별적 갑질을 주장한 A 씨가 '여직원은 밥 짓고, 빨래해야 한다'라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상사의 폭언과 인사 보복을 당한 사실을 추가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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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새마을금고 공채로 입사한 A 씨는 출근 첫날부터 밥 짓기, 수건 빨래를 인수인계받았다. A 씨의 공식 업무는 창구 고객 응대와 예금 업무 등을 맡는 사무직이다.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A 씨는 "인수인계 해주신 분이 50대 여성 직원이었는데 몇 시에 밥을 해야 하고 쌀이랑 물량을 알려주셨다. 이때부터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빨래하고 밥 차리는 업무는 주로 여성 직원들이 전담했다고 한다. A 씨에 따르면 지금까지 겪었던 갑질 피해는 밥 짓기·남자 화장실 수건 빨아오기· 회식 강요· '해고할 수 있다', '너 같은 걸 누가 좋아해' 등의 폭언이다.
A 씨는 입사한 지 1년 뒤, 처음으로 남자화장실 수건 빨래에 대해 문제 제기했다. A 씨는 "지점에 있는 남자 화장실에만 수건이 배치돼 있었는데, 그 수건을 저한테 빨아오라고 했다. 남자 직원이 아닌 여자 직원인 저한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자 화장실 수건은 이용하시는 분들이 세탁해 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정중하게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돌아온 건 '역정'이었다. A 씨는 "이사장이 '너희 엄마한테 가서 물어봐라. 남자 직원들한테 (수건) 빨아 오라고 할 수 있냐고' 하더라. 이런 식으로 부모님까지 들먹이며 무례한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문제 제기 이후 A 씨는 이유 없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A 씨는 "이사장이 이 사건을 상무께 얘기하는 걸 들었다. 일이 점점 커지는 거 같아서 두려워 며칠 후, 제가 살아왔던 배경이랑 달라서 좀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고 사과를 드리고 그 이후로는 시키는 대로 수건을 빨아왔다"고 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회식 강요와 직원들을 향한 이사장의 막말도 이어졌다. A 씨는 "이사장은 회식을 굉장히 강요했다. 코로나 시국에도 강제로 회식을 하자고 했다. 안 가겠다고 하면 전화해서 나오라고 하고, 퇴근한 직원한테도 다시 오라고 하고. 불참한 직원들은 이사장 밑에 있는 상사들에게 혼났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코로나 시국 때 제가 회식을 안 나간 적이 있다. 그런 저를 지점장이 따로 불러서 '너 자꾸 이렇게 회식 안 나오면 이사장님이 다른 거에 근거해서 인사 해고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퇴사 종용도 했다. 회식도 직장 생활 일부인데 이것도 참여 안 할 거면 사표 쓰고 나가라 이런 말도 자주 하셨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6월 A 씨가 몸이 좋지 않아 워크숍에 불참하자 이사장은 "꾀병 같다. 직원들에게 사과 안 하냐. 여기에 대해 시말서를 써오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날 A 씨는 인사이동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A 씨는 "저희 금고의 경우 2년에 한 번씩 정기 인사이동이 있고 1월에 이미 인사이동을 했다. 새로운 업무 분장을 받고 근무를 하던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6개월 후에 인사이동을 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유급 휴가를 받고 쉬고 있다는 A 씨는 신고를 결심한 계기에 대해 밝혔다. A 씨는 "그분들 얼굴 안 보니까 조금 괜찮아지긴 했다. 제가 회사 휴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힘들었다. 신고를 결심하게 된 것도, 어차피 신고해서 나중에 보복당하나 지금 이대로 괴로운 삶을 사나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지금 저도 조사를 받고 있으니까 녹취 파일 이런 걸 다시 듣는데, 그걸 다시 듣는 것만 해도 가슴이 뛰고 손이 떨린다. 아직 거기에 대한 공포심이나 트라우마 같은 건 좀 극복이 덜 된 것 같다"고 했다.
A 씨의 폭로한 새마을금고 갑질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6일 특별근로감독팀을 편성하고 특별감독에 들어갔다. 특별감독에서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전반을 깊숙이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고용노동부는 전했다. 또한 구체적 조사와 함께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진단을 병행할 방침이다. 특별감독을 통해 확인된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사법 처분하고, 조사 내용과 조직문화 진단 결과는 모든 노동자가 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
마지막으로 A 씨는 "이번 기회에 다른 괴로움을 겪고 계신 분들도 용기를 내서 보도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잘못된 조직 문화 뿌리가 정리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