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택시잡기 1시간은 기본"…'귀갓길 악몽' 우려
전문가 "택시 대란 문제, 복합적 요인 얽혀 있어"
"개인택시 부제 폐지, 야간버스 확대 등 필요"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주말 밤만 되면 택시 잡기 경쟁이에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심야시간 택시 잡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주말 서울 홍대입구역에서 모임을 끝내고 귀가하려던 김모씨(30)는 "대로변에서 1시간을 넘게 택시를 기다렸지만 결국 못 잡았다. 택시 앱으로 계속 호출을 시도해도 소용이 없었다"며 "주변에는 온통 나처럼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고, 겨우 집 쪽으로 가는 심야버스가 있는 걸 알게 돼 탔지만 이마저도 사람이 몰려 만원이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2년 만에 일상 회복이 다가왔지만, 외부활동과 각종 모임이 늘면서 '귀갓길 악몽'이 재연되는 모습이다. 주말 밤 10시께가 되면 서울 강남, 홍대, 종로 등 주요 번화가에는 택시를 잡으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혼잡한 상황이 빚어진다.
20대 직장인 최모씨는 "서울은 원래도 주말 저녁에 택시 잡기가 어려웠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더 쉽지 않아졌다"며 "지금은 날이 춥지 않아서 다행이지, 지난 겨울에 선릉역에서 2시간 가까이 추위에 떨다가 누가 내리는 택시를 겨우 잡아탄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해제 후 '택시 대란' 심화는 이미 예고된 문제다. 코로나19 발명 이후 택시 수요가 감소하면서 택시 종사자들이 대거 일을 그만두거나 택배·배달업계 등 다른 업종으로 옮겨간 탓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법인택시 종사자는 지난해 10월 기준 2만955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3만527명)보다 31.4% 줄었다. 지난해 1~9월 법인택시 가동률은 34.47%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택시는 있는데 이를 운행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개인택시의 경우 많은 운전자가 고령에 속해 야간 운행을 꺼리는 경향이 강한 점도 심야시간 택시 잡기가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택시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서울시는 당장 18일 밤부터 심야(밤 11시~오전 6시)에 운행되는 '올빼미버스'를 기존 9개 노선, 차량 72대에서 14개 노선, 차량 100대로 점차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운행 확대로 올빼미버스의 하루 수송 가능 승객 수는 1만5000명에서 2만명으로 약 5000명 늘어난다. 이에 따라 귀갓길 교통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상회복으로 늘어난 택시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는 심야시간 교통난 문제는 택시 관련 정책과 제도 등 여러 사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결국 수요 공급의 불균형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개인택시의 경우 이틀을 일하고 하루를 쉬는 식으로 3부제 또는 4부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과감하게 해제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꼽힌다"며 "부제는 에너지 문제, 과로 운행 방지 등을 위해 아주 오래전 도입됐는데 현재는 시대가 많이 바뀐 만큼 제도에 대한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올빼미 버스의 경우 서울에서 경기도 주요 거점인 분당, 하남, 수원, 또는 인천 등을 오가는 심야 버스 서비스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서울에 있는 택시가 콜을 받을 때 주로 경기도 등 거리가 먼 도착지의 콜을 먼저 받기 때문에, 경기·인천으로 이동하는 버스를 늘리면 서울 시내 교통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보면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가 국내에서 좌절되면서 택시 시장이 많이 경직된 상태"라며 "다양한 교통 서비스를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유연하게 풀고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