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대지수 동반 약세 이어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
풍부한 유동성+경기회복 기대감→ 하반기 악재 반영
유가·국채금리 오르고 美·中선 정치적 리스크도 부각
상승 모멘텀 안 보이고 불확실성은 증가[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잔인한 9월을 지나니 불안한 10월이다. 글로벌 증시가 처한 상황이다. 만만치 않은 악재들이 터져 나오며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풍부한 유동성과 견조한 기업 실적에 기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던 지수들이 일제히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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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 주르륵…하반기 악재 반영
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전날 미국과 유럽 증시가 일제히 약세로 장을 마감한 데 이어 이날 아시아 주요 시장도 대부분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시장의 위험 요소들이 투자심리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 △국채 금리 상승 부담 △미국의 정부 셧다운 리스크 △중국의 부동산 시장 불안 등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전거래일대비 0.94%, 1.30%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14% 급락했다.
이로써 다우지수는 최근 고점 대비 4% 이상, S&P500은 5%가량 각각 떨어졌다. 나스닥은 최근 고점 대비 7.45% 하락했다. 지수가 최근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면 기술적 조정에 진입했다고 본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이어 열린 아시아 증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2.19% 떨어졌으며, 한국 코스피는 1.89%, 코스닥은 2.83% 각각 하락했다. 중국은 국경절 연휴로 휴장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4일(현지시간) 2,14% 하락하며 기술적 조정에 근접해졌다. (자료= 마켓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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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하는 인플레·금리인상 우려
우선, 유가가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높인 점이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완제품 가격 인상(인플레이션)을 유발해 경기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 헬스, 임의소비재, 금융 관련주 등이 모두 약세를 보였다.
아울러 국채 금리 상승은 이날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약세를 주도했다. 기술주는 개장 초부터 크게 밀리면서 평균 2%가량 하락해 시장을 끌어내렸다. 고성장하는 기술주들은 특히 금리 상승에 민감한 흐름을 보인다. 투자 비용 조달 부담이 높아질 뿐 아니라 채권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주 후반 발표되는 9월 미국 고용지표는 둔화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팩트셋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9월 비농업 신규 고용이 47만5000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8월(23만5000명)보다는 늘어난 것이지만, 8월 이전까지 보이던 월 80만명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기업 실적 역시 전년대비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증가율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3분기 S&P 500 기업들의 실적 성장률이 평균 27%를 약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88%)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다.
중국은 제조업 경기가 위축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전력난으로 공장 가동까지 중단돼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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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은 증가…10월 변동성 키운다
상승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세계 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미국과 중국 모두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오는 18일이 시한인 부채한도 상한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중국은 헝다(恒大·Evergrande)그룹의 대규모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에 이어 전력난 이슈까지 불거졌다.
미국의 경우 이미 부채한도를 초과한 상황이어서 한도를 높이거나, 한도 적용을 유예하지 않으면 정부 셧다운(폐쇄)을 피할 수 없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디폴트 상황에 직면하면 미 경제 활동이 약 4% 감소하고, 6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실업률이 9%에 육박할 것이라 분석했다. 또 소비자 및 기업 대출의 이자율 급등으로 약 15조달러(약 1경7775조원)의 가계 자산이 증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위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 경기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최근에는 발전용 석탄 공급 부족과 중국 당국의 탄소 배출 저감 정책 강화 등으로 전력 대란이 발생해 일부 지역에서 공장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 와중에 3000억달러(약 356조원)의 막대한 빚을 지고 파산 위기에 처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 역시 큰 부담이다. 헝다에 이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판타지아(화양년홀딩스)도 만기가 도래한 부채 2억570만달러(약 4221억원) 규모의 채권을 상환하지 못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변동성 큰 10월…주식 가치 재평가 진행
10월 증시의 높은 변동성도 투자심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다. 10월은 9월처럼 증시가 약세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높은 변동성은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 마크 허버트는 이날 마켓워치 칼럼을 통해 “10월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가장 크고, 미국 시장 역사상 최악의 폭락을 두번이나 안겨주며 고통을 줬던 달”이라며, ‘블랙 스완’과 같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만약의 경우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폭락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주식전략가인 데이비드 코스틴은 “실제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주식 가치에 대한 평가가 정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이번 실적시즌에 주시해야 할 4대 핵심 분야는 공급망, 석유, 인건비, 중국의 성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