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공급망 불안 확산 ◆
1일 KB국민은행 관계자가 서울 여의도 딜링룸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뉴욕증시 부진과 경기 둔화 우려감 영향으로 전날보다 49.64포인트(1.62%) 하락한 3019.18에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은 20.07포인트(2.00%) 내린 983.20에 마감했다.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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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과 물류 산업이 깊은 수렁에 빠지면서 전 세계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불안이 지속되고 있고 밀려드는 화물량으로 물류 대란이 확산되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공급 차질 지속→물가 급등→구매력 위축 및 기업 실적 둔화→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속된 유동성 장세가 일시에 끝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코스피는 1일 전일 대비 1.62% 하락해 3019.18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더욱 큰 폭으로 떨어져 2.0% 하락해 983.20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가 10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8월 이후 한 달 만이다.
이처럼 한국 증시가 폭락세를 보인 것은 최근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과 물류 산업이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경제가 전력난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공포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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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반영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글로벌 공급망과 물류 대란과 관련된 종목은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업종은 자동차다. 현대차 주가는 이날 3.25% 떨어져 지난해 12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자동차 생산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당분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아 주가 또한 이날 전일 대비 3.57% 떨어졌다. 당장 물류 대란으로 실적이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운사들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HMM 주가는 이날 5.64% 떨어져 지난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가가 급등하면 매출이 떨어지는 유통주 또한 이날 직격탄을 맞았다. 물가는 올라가는데 경기 둔화로 지갑이 얇아지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면 유통업체 실적은 급격히 감소한다. 또한 유통망 위기로 제때 해외에서 물품을 조달받지 못하면 유통업체는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를 반영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 신세계 주가는 3.42% 떨어졌고, 이마트(-3.65%)와 롯데쇼핑(-1.95%)도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뉴욕증시에서 시작된 유통주의 급락세가 한국으로 전이되는 모양새다.
대부분 미국 유통기업들은 주가가 지수 하락폭 이상으로 미끄러졌는데, 콜스(-12.24%), 노드스트롬(-8.98%), 메이시스(-8.5%) 등 주요 백화점 체인은 바닥이 뚫린 것처럼 주가가 폭락했다. 공급망 위기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아 이들 기업의 실적이 3분기에 악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형 유통체인인 타깃 주가도 3.0% 하락했다.
분야별 유통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베스트바이(전자제품 유통·-3.4%), 웨이페어(온라인 가구 유통·-5.66%), 풋 라커(신발 유통·-7.55%) 등 대표업종들에 대한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크리스 허세이 골드만삭스 매니징디렉터는 "가을을 지나 4분기로 향해 가는 시점에서 저성장, 긴축적 통화정책, 중국발 역풍, 재정부양책 감소, 공급망 병목현상 지속이 투자자 심리를 짓눌렀다"고 말했다.
배런스는 9월 기준 2011년 이후 최악을 기록한 뉴욕증시가 10월에는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2011년은 유럽재정위기가 있었던 시기였다. 배런스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보면 다우지수, S&P500지수는 9월에 하락 시 10월까지 연이어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달 30일 공급망 위기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참석해 "(공급망 마비는) 시간이 가면 완화될 것이지만 언제 이렇게 될 것인지 정확히 말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일시적이라고 평가하는 파월 의장이지만 공급망 위기가 점차 해소되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완벽하게 잠재우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는 연준이 지금까지 기조와 달리 물가 급등을 잠재우려고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음달부터 연준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빠르게 당겨지면 지난해부터 급등한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아시아 증시는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일제히 한파를 맞았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일 대비 2.31%, 대만 자취엔지수는 2.15% 폭락했다. 중국과 홍콩 증시는 이날 국경절을 맞아 휴장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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