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 장기임대 아파트 임대료 시세의 4분의 1수준
홍준표 후보, 토지는 임대, 주택만 분양해 아파트 가격 인하
재원, 택지확보 방안 등 구체성 없어 논란 자초
<대권주자 주택공약 철저 분석>- ⑤반의 반값 아파트 공약 논란
정부의 26번 대책에도 집값 폭등세가 지속되면서 대선주자들의 주택공약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여권의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야권의 홍준표 의원은 장기임대 주택과 토지임대부 주택을 통한 ‘‘4분의 1값’ ‘반의 반값’ 아파트를 공약했다. 실현 가능성은 있을까.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역세권에 짓는 30년 장기임대주택인 기본주택을 임기 내에 10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30평대 월세를 60만원 선에 책정하겠다고 하면서 임대료가 시세의 4분의 1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원마련과 관련, 건설될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 금융권에서 건설비를 빌리겠다고 한 것이 논란이다. 야권의 윤희숙 의원은 “나뭇잎을 타고 압록강을 건너는 격”, “폰지사기(돌려막기)”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의원은 “갈수록 허경영 닮아간다”고 비판했다.
‘반값 아파트 공약’의 원조인 ‘국민의 힘’ 대선주자 홍준표 의원도 서울 강북을 대규모 재개발, 시세의 4분의 1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재개발, 재건축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대신 토지를 기부채납 받아 아파트를 짓고, 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이재명, 구체적 재원마련과 택지 확보 방안 안 밝혀
이재명 지사의 기본주택공약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7월 임기 중 매년 12만쌍의 신혼부부에게 집을 한 채씩 지원해주는 이른바 ‘신혼부부 반값’ 아파트를 공약했다. 5년간 60만호 공급을 약속했다. 30년 장기저리로 월 40만∼55만원씩 상환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큰 논란이 되지 않은 것은 택지확보 방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용적률을 10% 상향 조정하고 도시주변의 신규 공급택지를 활용하는 계획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지사의 역세권 임대주택과 유사한 정책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세권 시프트(장기전세주택)이다. 1기 시장 시절 오 시장의 역점 사업으로, 역 반경 350~500m 이내 지역을 고밀 개발해서 공급하는 방식이다.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완화해 주고 용적률 증가분의 절반을 장기전세주택(시프트)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건축비만 내고 건물을 사들여 일반인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방안이다.
주택 공약의 핵심은 재원과 택지마련 방안이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는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아 허경영식 공약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지금도 정부가 연간 10만 가구 이상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는데, 일부 정부 예산과 주택도시기금이 투입되고 있다. 국토부는 2017년에 “연간 17만가구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필요한 재원에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현실성 있는 공약이 되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오세훈 시장처럼 ‘용적률 인센티브’를 통한 토지 확보, 광역철도와 연계한 신도시 개발 활용 등 구체적인 택지 확보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홍준표, 4분의 1값 아파트 공급규모는 안 밝혀,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20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홍준표 의원의 ‘반의반 값 아파트’의 핵심은 재개발, 재건축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토지를 기부채납 받는 것이다. 기부채납 받은 토지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지어 분양하겠다는 구상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건물은 분양하고 토지는 장기 임대하는 방식이다. 토지를 국유화하는 싱가포르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국유지가 많지 않은 한국에서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홍의원은 용적률 인센티브와 토지임대로 돌파구를 찾았다. 서울의 경우, 토지가격이 비싸 건축비 자체만 놓고 보면 아파트 가격의 4 분의 1 이하인 경우도 많아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강남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아파트들이 시세의 절반에 분양되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물량확보이다. 용적률을 무한정 높일 수는 없다. 더군다나 도시계획 권한 자체가 지자체에 있다. 홍준표 의원은 “청년과 젊은이들에 대해서는 홍콩과 뉴욕처럼 도심 초고층, 고밀도 개발을 하여 저렴하게 그들의 주거 공간을 마련해 줌으로써 직장과 주거에 근접한 곳에 두어 출퇴근 시간을 대폭 줄이고 교통량을 감소시켜야 한다”고 했다. 용적률을 대폭 풀어주겠다는 의미이지만, 어디서 얼마나와 같은 구체성 자체가 결여돼 있다.
◇야권 후보들, 정부 정책 비판에 집중, 대안 공약 안보여
홍의원의 공약은 일부 문제가 있지만 ‘국민의 힘’ 대선주자 중에 유일하게 눈길을 끄는 주택공약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유승민 의원, 윤희숙 의원은 현 정부 주택정책과 이재명, 이낙연 등 여권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 날카로운 비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제시한 공약은 문재인 정부가 강화한 세금과 규제를 풀고 도심 재건축 재개발 용적률을 높이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무주택 서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차별화된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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