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주민 "공공개발 반대"…국토부에 의견제출
주민반발·LH 조직개편·SH 수장 공석…과제 산적
서울 동자동 공공지구지정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청 앞에서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공공지구 강제지정 전면 취소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2.1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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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해철 기자 = 정부의 '2·4 공급대책' 1호 사업지인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커지면서 2400가구 넘는 공급계획은 답보상태에 빠졌다. 민간개발을 주장하는 주민들은 법무법인을 선임해 해당 사업의 철회를 요구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사업의 공동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각각 조직개편과 수장 공석 장기화 등 난관을 겪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대화 요구에 국토부 '묵묵부답'"…질의서 제출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역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의 위임을 받은 한 법무법인은 지난 13일 국토교통부에 '서울역 동자동 관련 국토부 주장 사안에 관한 질의'라는 제목의 문서를 전달했다.
법무법인은 정부의 동자동 쪽방촌 개발과 관련해 토지 소유주와 충분한 논의가 있었는지, 강제수용 개발을 정당화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가 있는지, 개발주체인 국토부와 LH 차원의 실지조사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법무법인은 질의서를 통해 "국토부의 공공주택지구 개발 발표 이후, 소유자와 세입자 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토부는 사유 재산권을 침해하는 공공주택 특별법(공특법) 개발 계획을 철회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주민대책위 측은 국토부에 쪽방촌 개발 관련 대화를 요구해왔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7월에는 국토부에 방문해 면담하려고 했으나 불발돼 서면으로 질의사항을 제출했고, 이에 대한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와 이번 질의서를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민간개발을 하면 더 많은 임대주택과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그에 대한 대답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토지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제수용 방식으로 개발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국토부는 주민과의 대화 통로를 열어놓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민대책위에서 전달한 질의서에 대해선 검토를 거쳐 이른 시일 내로 답변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토지소유주와 쪽방촌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번 사업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지려 했으나, 공공개발에 대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며 "국토부가 주민들과의 대화를 거부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연내 지구지정 완료?…해결과제 '첩첩산중'
국토부는 연내 동자동 쪽방촌 일대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주민 반발은 여전한 데다, 사업 시행 주체인 LH와 SH가 처한 여건상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동자동 쪽방촌 개발 사업은 지난 2월5일 발표된 공공주도 사업으로, 정부의 2‧4 대책 발표 다음 날 추진계획이 나오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사업으로 공공주택 1450가구, 민간분양 960가구 등 총 241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올해 지구지정 완료 이후 2023년 착공을 목표로 한다.
국토부는 지난 2월 지구지정을 위한 절차에 나섰지만, 별다른 진척을 보이진 못하고 있다. 서울시와 용산구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의견 수렴을 거친 뒤 6개월 넘게 검토 단계에 머물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시된 의견 중에서 이번 사업에 반영할 수 있는 사안은 무엇인지 판단하는 과정에 있다"며 "해당 절차가 마무리되면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로 지구지정을 한다"고 설명했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전담조직(TF) 구성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번 사업을 발표하면서 서울시와 용산구, LH·SH 등 공공기관, 쪽방상담소 등이 참여하는 '서울역 쪽방촌 공공주택 추진 TF'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공공개발을 최일선에서 집행하는 LH와 SH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LH는 직원 땅 투기 의혹 이후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력 축소 등을 앞두고 있다. SH 사장직은 지난 4월 김세용 전 사장의 퇴임 이후 4개월째 공석이다. 최근 김현아 SH 사장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면서 수장 공백은 장기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공개발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에 차질을 빚으면서 시장 불안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의 공공개발은 민간이 소유한 땅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토지주들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상당하다"며 "공공을 통한 주택공급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sun9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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